'아바' (אבא) 는 '아빠'?

내가 한 7년전에 ‘아바’ (אבא) 라는 단어에 대한 목회자들의 오해에 대해 언급한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적혀있는 부분에 대한 설교를 들어보면 ‘아바’는 “아빠”, 영어로는 “Dad” 혹은 “Daddy”라는 뜻이며, 하나님은 어린아이가 부르는 매우 친밀한 “아빠”라는 해석이 유행이었는데, 2015년인 오늘에도 한국이나 미주한인교회는 물론 미국 백인/흑인교회에서도 이러한 해석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는 직장에서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하면서 하나님은 우리의 “아빠”이기에 어린아이와 같은 우리를 보살피시고 도와주실것이라는 해석을 하는것을 가끔식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일반적으로 요아킴 예레미아스의 두 책이 (예수의 기도, 1967; 신약신학, 1971) 영어로 번역이 되면서 예수님이 어린아이의 말 (baby-talk) 를 사용했다는것과 ‘아바’의 특성에 근거해서 예수님은 아이가 아버지를 대하듯 하나님에 대해 말하셨다는 주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게이오그 쉘베르트 (역사적언어학적 관점에서의 ‘아바’, 1981) 와 게자 버메스 (유대교 세계속의 예수, 1983) 그리고 제임스 바 ('아바'는 '아빠'가 아니다, 1988) 의 반론이 있은 후 예레미야스는 자신의 주장을 접었으며, 특히 쉘베르트의 아람문서들을 철저히 분석한 ‘아바 파터' / 파테르’ (Abba Vater) 가 2011년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바’는 “아빠”라는 해석이 사라지지 않고 유행한다는 것은 놀랍다.

 

학술지와 학술서적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참고서적을 사용해서 원문을 제대로 분석을 한다면 ‘아바’는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바’라는 단어가 하나님을 가르켜 사용된 모든 구절을 (막14:36; 롬 8:15; 갈 4:6) 살펴보면, ‘아바’ 뒤에 항상 따르는 단어는 관사 ‘호’ (ὁ) 가 붙은 ‘파테르’ (πατήρ) 이다.  ‘호 파테르’는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 이며, 이 단어의 사용된 사례를 살펴볼때 아버지라는 의미외에 “아빠”로 사용된 사례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클래식 헬라어 사전을 보면 ‘아빠’는 ‘빠빠스’/ ‘파파스’ (πάππας 혹은흔한 형태의 παπάς) 인것을 알 수 있는데 (현대 헬라어는 ‘μπαμπάς’), 성서 저자들이 ‘빠빠스’를 사용하지 않고 ‘파테르’를 사용했다는 것은 바로 ‘아바’를 “아빠”로 이해한것이 아니라 “아버지”로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페쉬타에는 막 14:36에 ‘아바 아비’ (ܐܒܐ ܐܒܝ: 아버지 나의 아버지), 롬 8:15 와 갈 4:6 에는 ‘아바 아분’ (ܐܒܐ ܐܒܘܢ: 아버지 우리의 아버지) 이기에 ‘아바’의 사용된 사례를 다 살펴보지 않고는 제대로 알 수 없다; 그러나 구약에서 ‘아버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조금이라도 한다면 이러한 잘못된 해석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해석의 문제는 주로 목회자들이 설교를 위한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져 남에게 들은것이나 잘못 배운것을 검증도 하지 않은채 그대로 우려 먹고 있기 때문이며, 본문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그 핵심내용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랜경험으로 발전시킨 말재주로 때우거나 성서본문을 감동적이고 멋진 설교를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중에 목회가 바뻐서 또는 자신은 학자가 아니기에 연구를 할 수 없기에 옛 해석을 아직도 사용한다 라는 변명을 늘어놓는 목사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70을 훌적 넘기시고 은퇴하신 가난한 목회자들이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변명은 30대에서 50대의 목사들이 할것이 못된다.

 

성경에 대한 연구문들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제의 새로운 주장이 오늘 새로운 또는 더 철저한 연구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목회라는 정신없는 현장에서 이 새로운 연구문들을 다 따라 잡을 수 없다. 1초에 한장씩 읽었다는 말이 있는 고 판넨베르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성서텍스트에 관심을 갖는다면; 좋은 주석과 신학책들을 꾸준히 읽는다면 (목사라면 하루에 100장 정도는 읽어야); 좋은 참고 서적 혹은 어코댄스나 바이블워크스 그리고 로고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잘 사용한다면; 그리고 비판적인 눈으로 자신의 해석을 분석한다면; 아니, 제대로된 주석을 한권이라도 본다면; 이러한 잘못된 해석을 피할 수 있다. 반론이 제기되고 그 해석이 틀렸다는 것이 입증이 된지 25년이 지난 오늘도 잘못된 해석이 강대상에서 멋지게 선포되는 이 현실이 슬퍼진다.